비가 내리는 오후, 창문 너머 흐릿한 풍경을 바라보다 문득 귀에 꽂히는 목소리가 있다. 지나치게 선명하지도, 그렇다고 흐릿하게 뭉개지지도 않은 그 목소리는 공기 중에 천천히 스며들어 어느새 방 안 전체를 채운다. soopie의 음악이 처음 귀에 닿았을 때의 기억은 대체로 그런 식이다. 화려하게 문을 두드리지 않는다. 다만 이미 들어와 있다.
soopie 이야기
soopie라는 이름은 '숲'을 의미한다. 그 이름처럼 그의 음악에는 다양한 소리가 불현듯 나타났다 사라진다. 인디의 서늘한 공기, R&B의 부드러운 그루브, 포크의 날것 같은 질감, 재즈의 예측 불가한 화성 — 이 모든 것이 하나의 트랙 안에서 층층이 쌓이며 고유한 서사를 만들어낸다.
soopie는 포크와 밴드 중심의 사운드로 음악을 시작했지만, 영국으로 건너가 송라이팅과 프로덕션을 전공하며 음악적 기반을 근본적으로 다시 세웠다. 그가 직접 밝혔듯, 낯선 나라의 큰 바다를 유영하던 시절, 길을 잃은 마음이 고스란히 음악이 됐다. 유학 시절의 외로움과 단절감이 'unsettled' 같은 곡에 침전돼 있고, 그 감정의 밀도는 단순한 고백을 넘어선다.
작업 방식은 단일한 악기나 보컬 모티프에서 출발해 리듬과 음색을 층층이 쌓아가는 방식이다. 퍼커션을 불규칙적으로 배치하거나, 아카펠라 보컬과 전자음을 혼합해 유기적인 질감을 만드는 등 청각적 밀도와 서사를 동시에 설계한다. 결과물은 언제나 그렇게 — 한 번에 다 들리지 않고, 들을수록 새로운 층이 드러나는 음악이다.
대표작은 'murmur', 'mustang on the sofa', 'lost in the park', 'pistachio'. 네 곡 모두 일상의 작은 균열 — 공원을 걷다 문득 멈춰 선 순간, 소파에 앉아 기억 속 여름을 꺼내는 순간 — 을 포착한다. 거창한 드라마가 아니라 조용히 지나가는 감정의 결을 담는다. 그것이 soopie의 가장 선명한 색깔이다.
셀린(Celine), 오뮤오, dylitt 등 국내 인디 씬의 주요 아티스트들과 나란히 소개되며 씬 안에서 존재감을 키워가고 있다. 인스타그램 2,058명, 유튜브 1,830명이라는 숫자는 아직 조심스럽지만, 한번 붙잡힌 귀는 쉽게 떠나지 않는다는 점에서 — 이 숫자들은 앞으로의 예고편에 가깝다.
최근 활동
2025년 10월, soopie는 종합뉴스통신사 뉴스핌과 감엔터테인먼트가 주최한 싱어송라이터 오디션 '히든스테이지' 결선 무대에 올랐다. 문화체육관광부와 서울특별시, 한국콘텐츠진흥원이 후원한 이 대회의 결선에서 그는 자작곡 'unsettled'를 선곡했다. 심사를 맡은 김도헌 대중음악평론가를 포함한 심사위원단은 soopie에게 루키상을 안겼다.
뉴스핌 보도에 따르면, soopie는 "낯선 나라의 큰 바다를 유영하던 시절, 길 잃은 마음을 담은 노래"를 무대에서 불렀다. 경연이라는 형식 속에서도 그의 음악은 경쟁이 아닌 고백처럼 들렸다는 평이 이어졌다.
같은 달, 반포한강공원 세빛섬에서 열린 '2025 한강 청년 버스킹 축제'에도 이름을 올리며 야외 무대에서 다시 한번 청중과 마주했다. 경연장과 강변 야외 무대, 그리고 노놀 라이브 스튜디오 — 공간이 달라져도 soopie의 목소리는 어디서든 같은 방식으로 사람들 곁에 앉는다.
soopie의 음악
NONOL VOL 84. soopie 'murmur'
bird and delay
Immature dreamers
Winter, warm wishes
Oh, blue
노놀에서 만나는 soopie
노래하는 놀이터에서 soopie의 음악을 직접 만나보자.
🎵 "lost in the park (Shorts)"
공원을 걷다 문득 멈춰 선 순간을 포착한 짧은 영상. soopie의 음악이 일상의 틈에 스며드는 방식을 30초 안에 보여준다.
🎵 "lost in the park"
공원에서 길을 잃은 듯한 감정을 담은 곡. 잔잔한 어쿠스틱 위에 soopie 특유의 레이어드 보컬이 얹히며, 멈춰 선 시간 속을 거니는 듯한 느낌을 선사한다.
🎵 "pistachio (Shorts)"
피스타치오처럼 작고 단단한 감정을 풀어내는 쇼츠 버전.
🎵 "pistachio"
작고 단단한 껍데기 안에 숨겨진 부드러운 감정을 노래한다. R&B 그루브 위에 재즈 화성이 얹히며, soopie의 음악적 레이어가 가장 잘 드러나는 곡 중 하나다.
🎵 "mustang on the sofa (Shorts)"
소파 위의 야생마 — 제목만으로도 상상력을 자극하는 쇼츠 버전.
🎵 "mustang on the sofa"
소파에 앉아 기억 속 여름을 꺼내는 순간. 느슨하면서도 긴장감 있는 리듬 위에 soopie의 목소리가 자유롭게 흐른다. 노놀 라이브 중 가장 높은 조회수를 기록한 곡이다.
🎵 "murmur (Shorts)"
속삭임처럼 시작되는 murmur의 쇼츠 버전. 짧지만 강렬한 여운을 남긴다.
🎵 "murmur"
속삭임이라는 뜻의 제목처럼, 조용히 시작해 점점 공간을 채워나가는 곡이다. 퍼커션의 불규칙한 배치와 아카펠라 레이어가 유기적으로 어우러지며, soopie의 프로덕션 역량이 가장 선명하게 드러난다. 노놀 라이브 영상 중 최고 조회수 19,988회를 기록했다.
🎵 "라이브 풀버전"
lost in the park, pistachio, mustang on the sofa, murmur — 네 곡을 하나의 라이브로 만나는 풀버전이다. 곡 사이사이 자연스러운 전환이 마치 작은 콘서트를 보는 듯하며, soopie의 음악적 세계를 한눈에 느낄 수 있다.
팬들이 말하는 soopie
murmur 반복 재생 중. 들을수록 새로운 게 들린다
@indie_seoul영국 유학파답게 프로덕션이 남다르다
@uk_vibessoopie 더 알아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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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oopie의 음악은 숲과 닮았다. 한 번에 다 보이지 않지만, 걸어 들어갈수록 새로운 풍경이 펼쳐진다. murmur처럼 조용히 스며드는 그 목소리가, 언젠가 더 많은 사람들의 귀에 닿을 것이다. 노놀 라이브에서 만난 soopie의 이야기가 당신의 일상에도 작은 숲 하나를 심어주길 바란다.

목소리가 숲속 안개처럼 퍼진다. 중독성 있어
@forest_listener